[161106] 겨울밤-1


부엌이자 거실이자 작업실인 이 작은 공간에 난로를 틀고 요가매트를 깔고 폼롤러 위에 누워 허리 어딘가 아픈 부분을 굴려보다 발랑 뒤집어 플랭크를 해보다 그대로 엎드려 시집을 읽다가 못내 맥주가 땡겨 한 캔을 까고 내일 먹으려고 샀던 삶은 문어를 꺼내니 그럴듯한 겨울밤이 되고야 만다. 

종묘 정전과 영녕전의 바닥은 울퉁불퉁하다. 돌을 반반하게 깎아 깔면 햇빛이 반사되어 혼령들의 눈이 부시다고 투박하게 깎아 두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심스레 발을 떼어 제사 준비를 하라는 뜻이기도 했을게다. 그런 월대 위에서 악사들은 얼마만한 두께의 방석을 깔고 앉았을까. 제사 내내 쉬지 않고 보태평, 정대업을 연주할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 불편하게 가부좌 틀은 다리를 어떻게 꼼지락대며 저리지 않도록 했을까. 악사 퇴출할 때 절룩이며 일어나 걸어나가도 됐을까. 종묘제례 연주가 끝난 다음날에는 나처럼 허리가 아팠을까. 궁금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부터다. 

난로에서 나는 기름냄새가 심한가 싶어 창문을 활짝 여니 창문 너머의 달은 모과냄새를 머금은 초승달과 반달의 중간이다. 난로를 튼지 한 시간 만에 실내 온도가 2도 올랐다. 물 끓는 소리를 들으려고 듣던 조니 미첼 음악의 볼륨을 줄였다. 올 겨울은 내내 기름냄새에 머리가 아플 것이고 무릎만 뜨거웁겠다. 문득 창 밖으로 하얀 눈이 쌓인 상상을 해본다. 옥탑의 첫 겨울은 징그럽게 춥겠지만 철없이 떠오르는 낭만은 어쩔수 없을만치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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